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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aponia@libro.co.kr)
Jan. 24, 2003 |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한번쯤 찾아온다. 특히 사는 일이 힘겹게 느껴질 때, 기억창고에 묻어둔 옛 추억을 슬쩍 꺼내 달콤한 과자 먹듯 조금씩 되씹는 건 작은 위안거리가 되기도 한다. 초·중·고교 시절 동창들의 소식을 주고받는 동창회 사이트가 북적대고, 초등학교 근처에서도 거의 자취를 감췄던 불량식품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됨직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로테스크한 악동의 이미지 그러나 세상모르고 행복했을 것 같았던, 아이였을 때의 나는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던 걸까? 어쩌면, 그런 이미지는 어른들이 어린 시절을 터무니없이 단순화하거나 미화한 ‘가짜들’은 아닐까.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나라 요시토모(奈良美智)의 그로테스크한 악동들은 이런 의문에서부터 탄생했다.
1959년 생인 나라 요시토모는 1987년 아이치현립 예술대학원을 마치고 이듬해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아카데미에 입학, 1993년 마이스터슐러를 취득한 이후 독일과 일본을 거점으로 작품을 발표해왔다. 한국에서는 2002년 출간된 《하드보일드 하드 럭》(요시모토 바나나, 민음사)의 삽화를 통해 인지도가 높아진 작가다.
그가 즐겨 그려온 3등신의 단발머리 소녀는 얼핏 보기엔 귀엽지만, 커다랗고 둥근 얼굴에 담긴 표정은 심상치 않다. 힘을 잔뜩 준 채 치켜 뜬 도끼눈, 두 개의 점으로 간략하게 표시된 코, 앙다물거나 입술 끝을 삐딱하게 일그러뜨린 입… 심통이 잔뜩 난 듯한 이 소녀가 종종 보여주는 액션은 하나같이 위험천만이다. 온통 못이 박힌 머리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금붕어 어항에 손을 집어넣거나, 오리의 목을 조르는 소녀의 모습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순진하고 명랑한 어린이’의 이미지를 홱 뒤집는다.
위협적인 외부세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예컨대 ‘the girl with a knife’에서 한 손에 작은칼을 들고 위를 꼬나보는 빨간 원피스의 소녀는, 놀아주지 않으면 칼을 쥔 고사리손을 들어 아프게 찔러버릴 것만 같다. 아이가 병아리를 날린답시고 베란다 창 밖으로 던지거나, 지렁이 몸통을 토막내고는 꿈툴거리는 모양을 신기한 듯 지켜보듯이, 그렇게 무덤덤하게. 어른들은 잔혹과 순수의 이미지가 교차하는 통제불능의 아이에게서 거부감을 넘어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처럼 위태로운 ‘앙팡 테리블’의 시선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두려움과 불안이 스며있음을 깨닫게 된다. 소녀의 시선이 흘겨보듯 위를 향해 있는 건, 세상의 사물이 자신의 눈높이보다 훨씬 크고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작고 여린 소녀에게 세상은 위협적이다. 눈을 치켜 뜨는 건, 외부세계를 보다 명확히 인식하고 예상되는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제스처일 뿐이다. 소녀가 세상을 향해 느끼는 건 반항심이나 불만보다, 외부세계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한편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에서 소녀와 함께 주된 모티브로 등장하는 흰 강아지는 소녀에게 하나의 해결점을 제시해주는 듯하다. 명상하듯 약간 쓸쓸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강아지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감돈다. 흰 강아지는 소녀가 간절히 원하는 내적 평안의 세계와 닿아있으며, 어떤 인간보다도 든든한 소녀의 친구가 된다.
‘아이였던 나’를 기억하는 나
나라 요시토모는 ‘어린이는 순진무결한 만큼 가장 상처받기 쉬운 대상’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귀엽고 명랑한 어린이의 모습을 포착하는 대신, 불안과 고통에 대한 방어기제를 어설프게(그러나 있는 힘껏) 사용하는 소녀를 그려내는 건 이 때문이다. “어린이의 갈등이나 고통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허식의 세계를 그린 책은 자신의 어릴 때의 경험을 생각해 낼 수 없는 사람들이 꾸며내는 것”이라고 신랄하게 꼬집었던 그림책 작가 모리스 샌닥의 말은,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회화, 조각, 아트상품, 출판물 등 다양한 매체와의 결합을 통해 작업하는 나라 요시토모의 최근 행보는 작년 12월 출간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아르젠틴바바아》 삽화, 오는 1월 30일 창간될 계간지 《FOIL》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FOIL》은 텍스트 없이 이미지만으로 구성되는 잡지로, 창간호는 반전을 주제로 삼고 있다. 나라 요시토모의 홈페이지 ‘해피아워’(www.happyhour.jp)에 방문하면 《FOIL》의 삽화작업을 위해 2002년 가을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며 쓴 일기를 비롯해 작품의 변천사, 작업과정 등 보다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언젠가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때 충격이였다. 그리고 작가에 대해서 알고 싶었는데, 알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밥뽀지원님 블로그에서 그림을 보고, 작가가 누구인가 여쮜어서 드디어 누구인가 알았다. 요시토모 나라, 요시모토가 아니라,요시토모....
그리고 지금 그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는 http://www.happyhour.jp
좀더 자료를 모은후에 그에 대해서 글을 쓸 생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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