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가 수북이 쌓인 보험회사 사무실. 워렌 슈미트(잭 니컬슨)는 오후
5시가 되기만을 기다린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은 그의 마지막 퇴근길에
기어이 비를 뿌리고, 환송파티 자리에서도 슈미트의 우울은 가시지
않는다.
‘어바웃 슈미트’(About Schmidt·7일 개봉)는 평생을 일과 씨름하다
퇴직한 66세 남성을 따라가며 삶의 의미를 캐묻는 영화다. 그동안 돌볼
수 없었던 가족과 자기 자신은 서류뭉치를 차곡차곡 상자에 넣고
돌아나오는 순간 와르르 강둑이 무너지듯 슈미트를 덮친다.
사물조차 그에게 너그럽지 않다. 아내 헬렌의 목숨까지 빨아들인
진공청소기, 가장 친한 친구에게 일껏 털어놓은 속마음을 삭제해버리는
전화, 편하기는커녕 몸을 밀치는 물침대…. 혈육이라고는 하나뿐인 딸
지니(호프 데이비스)는 아무리 반대해도 결혼하겠다고 악을 쓰고, 사위
렌달(더모트 멀로니)은 장인을 등쳐먹으려고 덤비며, 안사돈(케시
베이츠)은 슈미트에게 성욕을 내보이기까지 한다.
이 과정에서 슈미트에게 버팀목이 돼주는 건 얼굴도 모르는 양아들과
주고받는 편지들. 가족도 친구도 아니고, 이메일도 전화도 아니다.
슈미트에게 관대한 대륙은 아프리카이며 나이로는 여섯 살이며 양아들
엔두구는 영어에 관한 한 문맹(文盲)이기까지 하다. ‘어바웃…’은 이
대목에서 슈미트가 되찾고 싶어하는 것은 현대사회가 저버린 아날로그적
행복임을 일깨운다.
슈미트는 오마하에서 덴버까지 ‘딸이 사기꾼과 결혼하는 비극만은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트레일러를 몰지만 그것은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그 길에서 마주친 낯선 유부녀의 말처럼 그에게는 분노와
공포와 외로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어바웃…’은 영화에서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올해까지 아카데미에 12차례 노미네이트돼
남우주연상을 2번 따낸 잭 니컬슨은 ‘샤이닝’(1980)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물감 없는 연기로 배역과
포개졌다. 여기에 ‘미저리’(1990)의 케시 베이츠,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1997)의 더모트 멀로니도 기억에 남을 조역 연기를 펼쳤다.
‘어바웃…’은 LA평론가협회가 2002년 최고의 작품으로 뽑은 영화.
아카데미를 앞두고 지난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거머쥐며 몸을 풀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억지로 짜맞춘 스토리와
과장이 판을 치는 영화판에서 평범한 소재로도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퇴직자의 서글픈 풍경 속에서 희극성을 길어올리고
그것을 감동으로 뭉칠 줄 아는 것만으로도 고수의 솜씨다.
마음에 담아두었던 꿈이나 사랑은 잊혀질 뿐 사라지는 게 아니다. 하루
77센트(약 1000원)를 기부하고 편지 주고받기. 슈미트가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고 행복해진 비결이다. -------------------------------조선일보에서 발췌....
 -------------------------------------------------------------< 요즘 거의 흘러간 영화 수준으로 영화를 빌려다 본다. 이유는 개봉한지 오래된 영화가 5파운드에 3개 그것도 일주일 이라는 대여 기간을 주니까. 이 영화를 빌리면서 잭 니콜슨이 오버 하는것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정말 내가 본 잭 니콜슨 영화중에서 가장 연기를 잘 한것 같다. 거의 독백 형식의 그의 대사는 참으로 가슴에 와 닿고, 특히 딸의 피로연에서< 소감을 말 하기전과 소감을 말한 후의 화장실에서 울분과 허함을 토해내는 연기는 정말 명 연기였다. 영화를 보면서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평생을 공무원으로, 그리고 찔려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것 같으셨지만 내면에는 여린 마음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살아오신분. 이제 그분도 정년 퇴직을 하시고 집에서 노년의 새로운 삶을 찾고 계시다. 편안하고 넉넉한 그리고 건강한 노년을 맞이 하시기를.... 꼬리글....이 영화 초반부에 슈미트가 자기의 아내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어쩌면 나랑 똑같은지.. 그리고 그가 아내를 잃고 낡고 넓은집에 홀로 남겨진 모습을 보니 공간과 많은 소유물들에 거의 압사 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