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신문 연재소설입니다.
"아마 나만큼 연재한 작가가 없죠. 열편은 족히 넘을 겝니다(정확한 편수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럴 만도 하다. 한국 문학사상 최초의 100만 부 돌파 소설로 알려진 '별들의 고향'도 신문 연재소설이다. 26세 때인 1972년 연재를 시작했다. '바보들의 행진' '길없는 길' '불새' '해신' '상도' 등 대표작 대부분이 그렇다. 그가 대표적인 대중작가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다)."
"구상은 15년이나 됐습니다. 불교소설 '길없는 길'을 쓰면서 우리 민족의 혈맥 속에 불교뿐 아니라 유교라는 원형질이 깃들어있음을 깨달았지요. 그맘 때 중국의 공자 무덤을 찾은 적 있는데 근처 숲 이름이 '유림'이더이다. 소설 제목을 먼저 정한 적이 거의 없는데 이번은 예외입니다."
-가톨릭 신자가 불교소설을 발표하더니 오늘은 유교소설을 냈습니다. 3대 종교를 섭렵하려는 야심이라도 있으신지.
"어찌 알았습니까(웃음). 이 작품을 끝내면 이스라엘로 2년쯤 취재여행을 떠날 겁니다. 거기서 예수를 조명한 소설을 다듬을 겁니다. 모든 종교는 결국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그의 종교 이력은 화려하다. 87년 가톨릭에 입문하더니 89년엔 본지에 불교소설 '길없는 길' 연재를 시작한다. 95년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는 기독교적 묵상집을 냈고, 99년엔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고 선언한다. 그는 불교출판문화상(93년)과 현대불교문학상(2003년), 한국가톨릭문학상(98년)을 모두 받은 유일한 작가다)."
-유교를 돌아본 이유는.
"역사학자 토인비가 '45억년에 달하는 지구 역사에서 수천만년에 불과한 인류 역사는 동(同)시대'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공자는 겨우 2500년 전 인물입니다. 공자나 예수, 석가모니 같은 성현은 동시대 사람이고 그들이 추구한 가치 또한 동시대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충(忠).효(孝).예(禮)와 같은 유교 이념은 유물이 아닙니다. 혼란한 이 시대에 유교 가치는 더욱 절실합니다."
70년대 그는 청바지 문화를 상징했다. 경아의 아픔과 병태의 꿈은 여태 오롯하다. 또 그는 국내 작가 중 가장 많은 영화.드라마의 원작자다. "30편쯤 되나"라고 말끝을 흐린 건 사례가 너무 많아서이다. 이렇듯 인기가 좋다고 하여 대중작가라고 부르면 실례다. 그는 현대문학상(72년).이상문학상(82년) 수상자다. 90년대 이후로는 고구려.백제.고려 등 지난 날을 뒤지고 다녔다. 그러더니 오늘 "본래 하고픈 얘기는 종교였다"고 털어놓는다.
한편 한편 볼 때는 그를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니 앞으로는 더 모를 것 같다. 이 표현은, 적어도 지금 이순간 작가 최인호와 가장 어울리는 말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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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인호 선생님을 여러번 뵌다.
극장에서, 공항에서 그리고 작가와의 대화 코너에서도...
오래전 집으로 배달 되어 오는 신문에 실린 그의 연재소설 읽는 재미에 신문 배달을 기다린 적도 있고, 샘터 잡지에 실리는 가족이라는 그의 수필 보는 재미에 샘터 잡지를 사 읽은적도 있고...
그 만큼 대중적으로 어필 하는 작가 이면서도 괜찮은 작품을 쓰는 작가도 없는것 같다.
그가 영화 같은것에 손을 대기도 했지만 결코 파위게임에 뛰어들어 자기의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어쩌면 아주 처세술이 뛰어난 사람인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소설가는 소설만 쓰는 것으로 남겠다는 .....
여러 작가들이 자기의 목소리나 주장을 하다가 자기 작품을 잃어 버린 경우를 보았다.
어떤것이 옳은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꼬리글 - 마지막으로 최인호 선생님을 뵌것은 영문문고에서 마련한 작가와의 시간이였던것
같은데, 맨 앞줄에서 엄청 달변의 이야기를 재미 있게 들었다. 그리고 사인도 받았다.
아마 그해 다이어리 어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