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박 31일
나는 여행을 떠났네 비행기를 잡아타고 지구의 1/4쯤을 돌아서 아주 덥고 긴 나라에 도착했네 그곳에서 살을 태우고 손목에 팔찌를 묶고 맨발로 거리를 활보 하면서 행복 했었네
그리고 며칠 뒤에는 밀림과 원시림을 간직한 도시로 가는 나이트 버스를 타고 그 전설적인 도시에 도착했네 풀풀거리는 먼지가 나를 반겼고 그 도시는 내 조국의 가을 날씨로 내게 다가왔네 나는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한 명소를 찾아 툴툴거리는 버스를 타고 그곳에 도착했고 아름다움과 신비를 간직한 그곳은 진한 감동으로 나와 마주했네...
숲과 도시가 싫증이 나서 바다에 갔었네 그 존재성 마저 의심스러웠던 그곳 관광 포스터의 유혹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네 그곳에서 바다가 푸르다라는 것을 모래가 하얗다는 것을 산호초가 바다 깊숙한 속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배웠네.. 나는 좋은 동행인도 만났고 그들과 좋은 음식과 차를 나누며 모든 것과 단절된 그리하여 적당한 고립감과 고독을 즐거며 얼굴과 피부를 태웠네 그리고 행복한 사진을 많이 많이 찍었네
------------------------------------------이하 줄임....
(아이고 너무 길어서....)





 (카나다인 배낭족 친구가 서울에서 그려준 방콕 게스트 하우스 약도.)
책,영화,여행은 3박자가 맞는것 같다.
늘 이 세가지가 친구였고, 삶의 활력소 였다.
책을 읽고 나면 영화가 보고 싶었고,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에 나왔던 장소에 가보고 싶었으니까...
92년 겨울
2달 정도 앨범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비행기값을
모으고, 시중에 나와 있던 여행기를 선렵하고, 그때 한참
인기 있던 홍콩 영화까지 다시 빌려다 보면서 여행 계획을
잡았다.
서울 - 태국 - 싱가폴(말레시아) - 그리고 홍콩 - 서울.
성수기에 저렴한 티켓이라서 최장 체류 시간이 31일 밖에
되지 않았고, 홍콩 항공 이라서 태국을 가는데, 두번이나
스톱오버를(타이베이, 홍콩.../덕분에 기내식을 3번이나 먹고
도착)
12월의 서울에서 갑자기 30도에 가까운 방콕에 도착해서
커다란 배낭 메고, 카오산 로드까지 물어 물어 찾아 갔던
기억...도착한 날이 국왕 생일 이라서 밤새도록 불꽃놀이를
보았던 기억.
방콕,치앙마이 그리고 피피섬에서 좋았던 기억들.
싱가폴에서 말레시아로 가는 야간버스가 중간에 고장나서
밤새도록 버스에서 쭈그리고 있었는데, 우습게도 싱가폴
에서 묵었던 숙소에서 멀지 않은곳에 버스가 밤새도록
있었던 기억...
참, 그리고 아주 친절했던 유태인 친구 Shai와 하루동안
싱가폴를 데이트(?) 했던 기억들...
그리고 마지막 기착지 홍콩에서 게스트 하우스 삐끼(?)에서
속았는데, 나중에는 도리어 그 삐끼가 내게 사정하면서 방을
바꾸자고 했던 기억...
홍콩의 마천루에서 혹시나 유덕화, 장국영, 주윤발, 장만옥
볼수 있을까 두리번 거리면서 다녔던.....
발 가는대로 여기저기 기웃 거리면서 사람구경하면서
여행노트에 하루 일기를 적는것이 참으로 즐거웠던
그 시간들...
벌써 13년 전이고, 그때 나는 젊었고, 누군가의 말대로
간이 배밖으로 나와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그때 가보지 못했더라면 이런 여행
평생 해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을....
꼬리글 - 오후에 책꽂이에서 찾은 낡은 노트를 보면서 이 글을 적는다.. 위의 30박31은 글은 너무 길어서 중략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