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살에 처음 뵈었던 그분은 참으로 멋있어 보였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가기 전에 잠깐 회사
다니셨던 분이였는데, 내게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사람들과 진실로
교류를 하는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보여
주셨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분은 돼지띠...
회사 생활을 할때 바로 뒤에 앉았던 남직원이 목소리
크고 다혈질에 완전 골초..
그래서 아침에 머리를 감고 가도 오전 11시만 지나도
머리에서 담배 냄새가...
그리고 이 남자랑 같이 일을 많이 했는데, 엄청 다혈질
이라서 몇번이나 화장실로 뛰어가서 울었던 기억이...
나는 매번...........아이고 저팔개 같은 놈....저팔개...
저팔개...허리는 배둘래햄인 녀석이라고, 이를 박박...
내가 퇴사를 결심하고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잠깐 시간좀 내 달라고 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XX씨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서 차마 한번도
내색을 할수 없었지만, 많이 좋아 했었다고....
그런데 이제 정리를 했다고 (무슨 소리래?????), 부디
많이 행복 하라고..."
언젠가 병원에 입원 했을때 그가 꽃을 사왔는데 국화 였다.
그래서....아, 정말 저팔개라고
이 사람도 아주 어렵게 거의 고학으로 공부 했던 사람인데
그 비만의 이유가 집에서 유일하게 돈을 버는 사람이
자기인데 자기가 군대를 가면 식구들의 삶이 많이 어려워서
체중 초과로 군대를 면제 받으려고 거의 한달을 라면 먹고
자고 라면 먹고 자고....문제는 군대는 면제 받았는데, 그때
찐 살이 빠지지 않아서.....
하여튼 내가 스물즈음에는 남자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도 남자로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회사 생활하는 동안 음으로 양으로 많이 배려를
해주었던 사람인것 같다.
그리고 이 사람도 내가 퇴사후에 더 좋은 회사로 스카웃
되었고, 회사에서 가장 콧대 높은 선배언니랑 (대학 동문)
결혼도 했고...
물론 이 남자는 돼지띠는 아니지만 내가 하도 저팔개
저팔개라고 생각해서 돼지를 생각하면 이분이 꼭 생각이
난다...
그리고 71년생 돼지띠 우리 신랑.
어려서 부모님 여의고 어렵게 공부 했던 사람.
늙은 노처녀 만나서 화려한 싱글 라이프 한번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고... (누군가의 표현에 의하면 도사견에
물린 하룻 강아지라고)
늘 열심히 노력은 하면서 사는데, 결과가 신통하지
않아서 자기도 속상하고, 내게도 많이 미안해 하는 사람,
부디 황금 돼지띠에 그가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 얻고
건강하고, 행복 했음 좋겠다.
"형씨, 날자, 부디 한번만 날자꾸나.."
당신의 능력을 (별로 많지는 않지만) 펼칠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기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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