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은 살면서 훌륭한(?) 영화를 만난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원작,배우,그리고 감독의 3중주로 만든 살아있는 필름이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것은 1986년. 몇년 뒤면 2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지금도 가슴에 흐르는 모짜르트의 음악이 깊어가는 가을날 낡은 시작 노트를
들추게 한다.
영화찍기
우리는 도둑 고양이 마냥 사무실을 나왔다
그날은 2월19일이 였고, 적당히 추웠다.
그 사람은
점심시간에 예매한 표를 자랑스럽게 내 보이며 좌석을 상상했고
나는 현실인가, 꿈인가 남몰래 종아리를 꼬집었다.
전철을 두번 갈아타고 충무로에 내려 우리는 풀빵 한봉지를
가슴에 안고 극장으로 향했다.
예매권을 좌석표로 바꾸고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를 같이 했고
맛있는 반찬을 내게 밀어주는 그의 눈빛은 따뜻했다.
섞어찌게 연기속에 우리는 일상의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었고
상영시간을 상기하며 극장으로 향했다.
그 사람은 좌석을 확인했고 나는 오징어 두마리를 샀다.
한잔의 자판기 커피를 나누어 마시고
우리는 좌석에 앉았다.
그리하여 3시간, 몰래몰래 훔쳐본 그의 얼굴은 그윽한 조상이었다.
결혼이 사랑의 완성인 여자와
결혼이 사랑의 구속인 남자와의 사랑을 수채화처럼 그려낸
영화는 내게 현실이었다.
늦게 끝난 영화로 막차 전철을 놓치고
종점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3번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난
오늘
한편의 영화를 보았다
난
오늘
한편의 영화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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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리 2003.10.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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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언니에게 저런 로맨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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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enne 2003.10.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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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한글을 못 읽은 것이 다행입니다. ^^
몰래몰래 훔쳐보는 순수한 사람의 가슴이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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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0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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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디포드...참 멋지게 나왔었죠.
전 그 머리감아 주는 장면..무척 부러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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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자mignon04 2004.07.08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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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행기 사고로 결국 천국에 간 레드포드가 메릴을 태워 초원을 날를동안 흘러나오는 존 베리(?)의 음악 ...
천상의 음악이란 바로 이런것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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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9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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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자mignon04님...오래전 폴더를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 입니다...
정말 언제 보아도 감동적인 영화 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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