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 나의 20대 후반...
한동안 여행기에 푹빠져 살았지
서점에서 여행기를 고르고 여행기를 읽으며 내마음속의 지도에 내가 가고 싶은곳을
하나 둘 늘려 나갔어.
여권을 만들고, 맥가이버 칼도 사고, 배낭도 마련해서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적금을
헐어서 비행기표를 사고 용감무쌍하게 떠났지..
첫 여행지는 대만이였고, 영국, 독일,프랑스,헝거리,이태리,그리스,스위스,오스트리아
벨기에,스페인,체코,노르웨이,스웨덴,아일랜드,네덜란드 그리고 태국,싱가폴,말레시아
홍콩까지....
첫 여행지 대만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아. 정말 모든것이 처음이 였고,
처음 타본 비행기에서 바라본 저녁노을은 지금도 눈앞에 생생해..
물론 싸구려 호스텔에서 얻은 피부병으로 한동안 고생도 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렇게 힘들게 여행은 하지 못할것 같아.
숙소비를 아끼려고 밤차를 타고, 아침마다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배낭에 넣고
눈치를 보며 맥도날드의 화장실을 몰래 이용하고, 애써 찾아간 곳의 입장료를
계산기 두드리다 사진만 찍고 돌아서고....
이태리에서 그리스 갈때는 정말 갑판에서만 16시간....
이제는 정말 편안하게 즐기면서 여행 하고파.
크루즈 여행같이 말야...
여행하면서 까지 자리싸움과 안전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
지금 당장 돈도 없고,시간도 없고,
이제는 움직이기도 귀찮은 중년여인(?)이 되어서
그저 집안 구석에서 여기저기서 마련한 책을 읽으며 다시 내마음속의 여행기를
쓰려고 해.
언젠가는 다시 한번 무식하게 떠나겠지.
하지만 이제는 공간의 이동이나 환경변화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
그러나 조금 떨어져 나와서 바라본 내 자리, 나의 가족를 주변인으로 바라볼수 있는
이 기회를 나는 좋아해.
나의 다음 여행이 효도관광이 되지는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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