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개---
노무현 대통령이 12월 초 유럽 순방을 하면서 영국을 국빈방문한 사실은 다 알고 계시죠? 노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여왕이 마차를 타고 화려한 기마대의 호위를 받으며 태극기와 유니온 잭이 펄럭이는 런던 중심가를 가로질러 버킹검 궁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국가 정상들의 외국 방문은 의전절차에 따라 국빈방문, 공식방문, 실무방문으로 구분됩니다. 국빈방문이 가장 화려하고 공식적인 접대를 하는 것이고, 실무방문은 번거로운 절차를 다 생략하고 편하게 만나 현안을 해결하는 방식이죠. 한 일 정상이 지난 여름 제주도에서 만난 것이 바로 실무방문입니다.
이번 노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은, 김 대중 전 대통령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을 국빈으로 초청한 것에 대한 답방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하고, 인사동을 둘러보기도 했지요.
그런데 영국은 일년에 두차례만 국빈 초청을 합니다.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 그리고 국빈 초청은 상대 국가 정상의 임기중 한 번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은 이번이 처음인데, 영국 국빈방문의 이같은 성격을 감안하면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한국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방문하는 일은 힘들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 국빈방문의 엄숙하고 화려한 행사장에 참석한 특이한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공식행사의 시작은 버킹검 궁에서 조금 떨어진 호스 가즈(Horse Guards)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호스가즈는 외국 정상이 의장대를 사열하고 여왕을 만나 마차를 타고 버킹검 궁으로 출발하는 장소입니다.
12월 1일 아침. 기자들은 영국 특유의, 뼈를 파고 드는 차가운 공기에 떨며 호스 가즈 한켠에 마련된 촬영대에 서서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멀리서 승용차들이 다가오더니 블레어 수상을 비롯한 몇 명의 정부 고위인사가 내렸습니다. 망원렌즈로 그들이 걸어오는 모습을 촬영하는데 뭔가 이상한 동물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개였습니다.
사진 중간에 블레어 수상이 있고, 그 오른쪽 남자가 송아지 만한 검은 개를 데리고 가는 것이 보이시죠?
[ Canon] Canon EOS-1D (1/158)s iso800 F8.0
저는 처음 이 개를 보안 검색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폭발물을 탐지하는 개 말입니다. 11월 칠레에서 열린 한 미 정상 회담장에도 개가 나타나 우리들의 촬영 장비들을 샅샅이 뒤진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상황을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래 사진을 잘 보십시요
[ Canon] Canon EOS-1D (1/250)s iso800 F4.0
이 견공은 기자들의 장비를 검색한다든가, 행사장을 수색한다든가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개가 아니라 국빈 환영식장에 나온 영국 귀족의 애견이었던 것입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개는 영국 최고위 정치인들과 왕족들 사이에서 의엿한 손님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을 환영하는 공식 행사장에 <참석하신>겁니다.
곧 이어 엘리자베스 여왕이 도착했습니다. 자동차 행렬 위로는 과거 대영 제국의 영광을 말해주는 영연방 국기들이 즐비합니다.
[ Canon] Canon EOS-1D (1/158)s iso800 F8.0
여왕은 단상에 올라가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고 노무현 대통령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블레어 총리와 환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잘 보시면 개도 의젓한 자세로 앉아 여왕의 말씀을 경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노 대통령을 기다리는 동안 개가 딱 한번 멍! 하고 짖었는데 주인이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다시 조용해 졌습니다.
[ Canon] Canon EOS-1D (1/158)s iso800 F8.0
잠시후 노 대통령 일행이 도착했고,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본 대로 화려한 행사가 펼쳐졌지요.
그런데 이날 저녁 버킹검 궁에서 여왕초청 국빈 만찬이 열렸는데, 이 사실을 보도한 영국의 유력 신문 <텔레그라프>는 우리가 그냥 흘려 듣기에는 아주 어려운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만찬 메뉴를 소개하면서 <텔레그라프>는,
"뜻밖은 아니지만 메뉴에는 한국식 개 요리는 없었다. 아마도 버킹검 궁의 코기견(犬)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배려였을 것"이라고 비아냥 댄 것입니다.
국빈 행사장에 데리고 나갈 정도니 그들의 개 사랑이야 별나지요. 그러니 <개를 먹는> 한국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할 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한 일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국빈으로 초청한 외국 정상의 만찬에 대해 이렇게까지 이야기 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무례가 아닐까요? ---------------------------------------------------------------------
런던에서 |
행사에 참석한 장관분이 맹인 이시요. 그래서 그의 안내견 입니다. 그래서 개가 안내견의 현광색 노란 조끼를 입었어요. 아무리 영국이라지만 공식자리에 개를 참석 시키는 것은 실례 입니다. 저 개는 핸드캡퍼의 안내견이라서 용인 되는 것 입니다. 저 맹인 장관에 대한 자료는 BBC 사이트에서 가면 많을 것 입니다. 찾아 보세요 at 2004-12-13 (mon) 2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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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귀족의 애견이라는 것은 분명히 오보 인것 같습니다.. at 2004-12-13 (mon) 2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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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맹인 장관의 성함은 David Blunketts 입니다. at 2004-12-13 (mon) 2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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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데이비드 블런켓은 영국 내각의 교육, 고용담당 장관인데 1급 시각장애인이군요. 제가 착각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이 글은 팩트의 일부가 틀렸으니 삭제해야 하지만 '런던에서'님의 지적을 참고 삼아 보는 것도 괜찮을듯 하여 그냥 둡니다. at 2004-12-13 (mon) 2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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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
독자의 의견 잘 수렴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참고로, 오직 저 개만이 영국의회를 출입할수 있는 리이센스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WWW.GAYOUNG.CO.UK at 2004-12-14 (tue) 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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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오보를 발견하고 답글을 남겼는데, 기자님께서 너의 의견을 받아 주셔서, 이렇게 블로그에 남겨요. 한번도 신문에 답글(너무 험하고, 막 가서..) 남긴 적은 없는데, 일반적인 상식을 지적하는 것이라서 기자님께도 실례가 되지 않을것 같고... 참, 인터넷으로 신문을 읽다 보면, 특히 해외발 기사의 오역과 오보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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