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적당히 비추었던 토요일 오후에 우리는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그때가 정확히 내가 몇살이 였는지는 기억에 없다 햇살이 적당히 비추었다는 것은 기억에 있지만 내가 23살 이였지 24살 이였는지... 친구는 사귀고 있는 남자의 집안에서 둘의 사이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서 마음 고생을 하고 있었고 나는 나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을 해바라기 하면서 거의 자학에 가까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강릉이라는 곳을 가기로 했고 버스가 서울을 벗어나서 달리기 시작 할때쯤 옆에 앉은 친구가 독백처럼 이야기를 시작 했다
-----며칠전 영화를 보았어..혼자서, 친구는 특별히 나에게 영화 내용을 이야기 하는 것 같지도 않게 강릉에 도착 할때까지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는 별로 귀 기우려 듣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서 또 다른 영화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그날 우리가 강릉에서 일박을 했는지 당일치기 바다 보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 왔는지 기억에 없다. 하여튼 우리 둘이는 늦가을의 철 지난 바다를, 거의 인적이 없는 바다를 청승 맞게 쳐다보았던 기억 밖에...
그리고 며칠뒤 하루종일 거의 혹사 당한것 처럼 일을 하고 퇴근한 저녁에 남대문 시장 근처에 있는 영화관에서 친구가 이야기 했던 영화의 포스터를 보았고 토요일 오후에 혼자서 표를 끊어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내용이야 뭐 남녀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좀 행복하게 살만 하니 여자가 아이 낳다가 죽고, 그 아이를 사랑하는 여자의 분신처럼 잘 키우며 산다는 이야기 인데.. 영화를 보면서, 왜 친구가 그렇게 독백처럼 안성기의 연기를 이야기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것 같았고 나의 해바라기 짝사랑도 가슴에서 접어야 한다고 이제는 정리를 해야 겠다고 생각 했다.
영화가 끝나고 거리는 어둠에 싸여 있었고 붐비는 명동 거리를 가로 질려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 걸으면서 나는 몰래 몰래 안경을 방패 삼아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누구를 그렇게 가슴 아프게 좋아 했었던지 기억조차 희미한 그때 내 젊은날...
내가 어렸는지 내가 젊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슬프도록 기쁜 내 젊은날의 파편을 저 영화에서 보았다.
꼬리글 : 친구는 결국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몇달뒤 집에서 소개한 남자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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