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으로 이사 했던 그해에 우연히 만난 한국분을 선배라고 부르며 따른다. 나와는 정반대로 아주 깔끔 하시고, 패션 감각도 있으시며 그에 준하는 모든것이 폼생폼사이신 멋쟁이 선배님. 거기다가 요리 솜씨 또한 아주 좋다. 특히 그분의 김치는, 고향이 전라도인 엄마의 김치맛과 비슷해서 가끔 얻어 먹으면 고향의 맛을 느끼기도 한다.
서로서로 아이들 때문에 바빠서 자주 뵙지는 못하는데 내가 어제 저녁때 밥 한끼 먹여 달라고 전화를 드렸다. 그리하여, 아침에 미셸을 유치원 보내고 선배님 댁으로 출발. 그곳에서 후배까지 합세하여 넉넉하고 정감어린 수다와 함께 오래간만에 가정표 돈가스를 먹었다. 그리고 그 돈까스가 80년대 내가 직장생활 할때 소위 경양식집에서 먹었던 것과 비슷해서 향수도 느끼고...
선배와 후배는 참으로 현모양처들이다 그래서 오늘 느낀것 중의 하나가 아내라는 자리, 그리고 엄마라는 자리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죄책감도 들었다. 좀 노력을 해볼 필요성도 느끼고...
오래간만에 누군가 해준 음식을 편안한 자리에서 넉넉히 먹고 돌아 왔다. 그 넉넉함이 저녁 식사까지 잊게 해 주었고...
꼬리글 - 난 요리를 못한다. 그러나 관심은 많다. 그래서 선배와 후배에게 내 취미중의 하나가 요리라고 했더니 믿지 않았다 그리고 심각하게 태운 돈까스(내가 조금 도왔다) 보더니 어디 가서 그런말 절대 하지 말라고.... 그래서 나는 요리는 내 특기라고 말 했더니, 다시는 점심식사에 초대하지 않은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