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 김기덕 감독과의 대화 (2003.9.2 중앙시네마)
Q > : 이 영화를 찍은 이유는?
A > : 급하게 살아오면서 쉬어가는 입장으로 찍은 영화입니다. 스스로 영화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해보았고 영화 외적으로 김기덕이라는 인간에 대한 해석을 해보려고 하였습니다. 나 스스로의 습관에서 자유로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자신의 직업을 놓고 봐야지만 접근 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완성의 영화"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Q > : "김기덕 감독이 변했다"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A > : 변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Q > : 영화에 직접 출연하게 된 이유는? 그리고 직접 연기하면서 생각한 것은?
A > : 보도자료에서 말한 그대로입니다. 안성기씨나 김용옥 선생님이 출연해주시지 않아서 직접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김영임 선생님의 '정선 아리랑'이 생각났습니다. 그 아리랑의 길이만큼의 이미지를 고민하다 보니 직접 맷돌을 메고 산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힘들었겠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옆에서 카메라와 조명기구를 메고 오르는 스탭들이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Q > : 불교 영화를 찍은 이유는?
A > : 단지 불교적 소재를 가져왔을 뿐입니다. 저는 목회자를 고민하기도 했고, 사도신경을 외웁니다. 이 영화를 위해서 불교적 학문을 공부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불교의 법에 대한 부분에서 누가 지적을 한다면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특별히 불교로 분리하지 않고 영화를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Q > : 다음 영화는 어떻게 찍을 것인가?
어떻게 되었든 변할 것 같습니다. 위선적일수도 있지만 많이 편해졌습니다. "이 영화가 내 마지막 영화가 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 영화를 찍었습니다. 다시 영화를 찍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옳고 그름을 해체해가는 과정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표정이 틀린 것은 다시 봄을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이유입니다. <사마리아>라고 딸을 창녀로 둔 아버지의 고통스러움에 대한 시나리오를 한 편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다시 예전의 김기덕으로 돌아갈지 어떨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Q > : 영화 속 동자승처럼 자기 스스로도 '원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A > : 우리가 살았던 이야기가 완벽하지 않다는 순간의 죄의식이 있습니다.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나의 상황이 행복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말 못할 갈등, 슬픔이 있었습니다. 저도 한 명의 인간입니다. 사소한 것에 대한 갈등이 있습니다. 내 이면에 깊숙히 모여있는 도덕적 가면 뒤에 숨어있는 나 스스로에게 남아있는 죄의식의 발로가 영화속에서 표현된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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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만든 영화이고 쉽게 바라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처음 말과는 달리, 감담회 자리에 서니 감독은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에 대한 논쟁들에 대해 지쳐 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분명 김기덕 감독은 스스로의 영화 찍기에 대해서 고민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서 그것을 능숙하게 표현해내는 방법을 보면 "역시 김기덕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이전 영화들과 소재나 표현 방법이 확실하게 다르지만, 역시 어쩔 수 없는 김기덕 영화입니다.
감담회에 임하는 감독의 자세와 (미처 다 받아 적진 않았지만) 우리에게 이야기하던 그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딱 한가지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김기덕 감독, 득햏했구나~"
솔직히 조금 씁슬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김기덕 감독다운 행동입니다. 일단은 그 순수성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영화에서 다시 똑같이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을 만들 때의 마음만은 그랬을테니까요. 그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p.s)
호수에 띄운 절의 이미지와 나무바닥에 고양이 꼬리로 반야심경을 쓰고 그것을 (살인을 했던) 칼로 파 내려가는 모습은 정말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올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사실은 이것이 김기덕 감독의 영화의 진짜 매력이겠지요.
이런 리뷰는 빨리 빨리 써야지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생각이 잘 안나더군요. 수첩에 대충 이야기들을 받아적긴 해 놓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내 글씨를 내가 못알아보는 어려움이 있더군요. (따라서 저 감독의 답변들은 100% 김기덕 감독의 생각과는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